서울--(뉴스와이어)--랭보 탄생 170주년을 맞아 저주받은 천재 시인 랭보의 마지막 시집 ‘일뤼미나시옹 : 페르낭 레제 에디션’이 새롭게 출간됐다. ‘일뤼미나시옹’은 5~6년의 짧은 작품 활동 후 랭보가 남긴 마지막 발자취다. 문예출판사가 출간한 신간은 42편의 ‘일뤼미나시옹’ 전편과 함께 입체주의 회화의 거장 페르낭 레제의 그림 20점을 수록해 감각적이고 세련된 시의 맛을 한층 더 끌어올린다.
‘일뤼미나시옹’ 표지 저주받은 시인, 천재, 방랑벽, 반항아. 모두 시인 랭보에게 붙는 수식어다. 많은 사람은 랭보의 시보다 젊은 시인의 신화와 명성에 주목한다. 이런 신화가 탄생한 배경에는 랭보의 절필이 중요하게 작용했는데, 5~6년의 짧은 작품 활동의 마지막을 장식한 것이 바로 미완성 산문 시집 ‘일뤼미나시옹’이다.
‘일뤼미나시옹’은 프랑스 독자들조차 고개를 젓는 엉뚱하고 기이한 시로 유명하다. 실제로 ‘일뤼미나시옹’은 복잡미묘한 형용사, 수많은 고유명사, 난해한 문장 구조, 쉼표와 비약, 은유를 사용해 쌓아 올린 완벽한 언어적 건축물이다. 1886년 잡지 라 보그(La Vogue)에 ‘일뤼미나시옹’을 최초 출판한 펠릭스 페네옹은 “모든 문학을 벗어난, 어쩌면 모든 문학을 능가하는” 작품이라고 하면서 이제까지 경험하지 못한 기이하고 강렬한 ‘일뤼미나시옹’의 독창성을 격찬했다.
‘일뤼미나시옹 : 페르낭 레제 에디션’ 번역을 맡은 신옥근은 원본 텍스트의 기이한 생경함을 놓치지 않으면서 원시가 제시하는 단어 배열 순서를 유지하고 형식적, 언어적 구성을 되살리려고 노력했다. 랭보의 삶의 흔적은 1871년 “나라는 것은 타자다(Je est un autre)”라는 선언에 걸맞게 작품 속에 직접적으로 반영되지 않는다. ‘일뤼미나시옹’에는 서정적 의미의 삶의 찬가는 없다.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시공을 초월하는 무한한 대항해가 담겨 있을 뿐이다.
‘일뤼미나시옹 : 페르낭 레제 에디션’에는 입체주의 회화의 거장 페르낭 레제가 ‘일뤼미나시옹’만을 위해 그린 그림 17점(표지 그림 포함)이 수록돼 있다. 1949년 스위스 로잔É ditions des Gaules(Louis Grosclaude)에서 395부 한정으로 판매한 ‘일뤼미나시옹’ 시집에 수록된 작품이다. 페르낭 레제는 랭보의 시에 맞춰 그림을 그린 후 석판화에 색을 입혔고, 이런 이유로 그림의 색채나 색의 위치 등이 책마다 조금씩 다르다.
이후 페르낭 레제의 그림이 수록된 ‘일뤼미나시옹’이 다시 한번 출간됐는데, 문예출판사 ‘일뤼미나시옹 : 페르낭 레제 에디션’은 두 개의 판본을 비교해 좀 더 색감이 강렬하고 선명한 그림을 실었다. 또 페르낭 레제의 대표작 3점을 추가로 실어 감각적이고 자유로운 랭보의 시와 강렬하면서도 단순한 색채, 곡선과 직선의 대비가 두드러진 페르낭 레제의 그림을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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