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뉴스와이어)--도서출판 나무바야에서 6월 13일(목) ‘세종시대 음악과 그 뒤 변화’를 출간 예정이라고 밝혔다.
‘세종시대 음악과 그 뒤 변화’ 표지 이번 책의 저자는 2022년 ‘고려가요의 악보와 해설’의 저자인 최범영 박사이다.
이번 책에는 조선왕조실록 세종실록 악보에 있는 대다수가 포함돼 있다. 그 목록은 △보태평 11곡과 후대의 악보들 △정대업 15곡과 후대에 재편된 11곡 △ 봉래의 5곡 △아악 버전 종묘악장 11곡 △문소전 악장 5곡 △속악 버전의 환구제례악 11곡 △그 밖에 봉황음, 횡살문, 고려 처용가, 자하동, 만전춘, 보허자, 수룡음 등이다.
이 책에는 세종시대 음악이 후대에 어찌 변화해왔는가 보여주기 위해 세종실록 악보를 비롯해 세조실록 악보, 영조 때 출간된 대악후보, 1892년 중수된 속악원보 등의 정간보 악보가 오선보 악보로 소개되고 있다. 아울러 현재의 종묘제례악이 어떠한 버전의 것을 바탕으로 했는지 보여주기 위해 일제강점기 때 이왕직 악부가 정리한 종묘악장과 보태화지곡 등도 일부 소개하고 있다.
‘세종시대 음악과 그 뒤 변화’의 특이점은 다음과 같다.
◇ 세종 임금이 음악을 많이 작곡한 이유
세종 임금은 국가의 위상을 글자와 예악으로 높이려 했다. 조선시대 이전의 동아시아 국가들은 독립국이 표준으로 글자가 있었다. 거란도, 여진도, 몽골도 글자가 있었고, 심지어 발해도 글자가 있었다. 이러한 국제표준에 맞추어 독자적인 글자인 훈민정음을 창제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행사나 의례 때 임금과 국가의 권위를 높일 음악의 필요성을 크게 느꼈던 것으로 추정된다. 행사에는 외국 사신 맞이나 큰 행사 등의 회례와 양로연 등 노인잔치, 임금 행차, 제례 등 다양한 의례가 있고 이에 쓸 음악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많은 행사에서 두루 쓸 음악으로 평조인 보태평 11곡, 계면조인 정대업 15곡, 평조인 발상 11곡을 작곡했고 봉래의 춤곡에 용비어천가의 한글 또는 한자 가사를 입혀 여민락, 치화평, 취풍형 등, 그리고 봉황음과 만전춘을 작곡했다.
◇ 세종시대에 세종 임금이 작곡하지 않은 곡
조선은 유교를 중심 이데올로기로 한 국가이었기 때문에 주례에 맞추어 아악이 큰 축을 이루었다. 아악으로는 조회악장과 제사악장이 기본이다. 고정된 버전의 악보가 있고 그에 맞추어 한문 가사가 입혀진다. 악장에 따라 조옮김 된 것을 쓰는 게 보통이다. 아악 버전의 종묘악장은 협종궁으로(이를테면 도를 미♭으로) 조옮김 된 곡조를, 문선왕악장(문묘제례악)에서는 남려궁으로(도를 솔로) 조옮김 된 것을 썼다. 각종 제례의 아악 악장을 만든 사람은 충북 영동 출신 난계 박연 선생이다.
문소전은 종묘와 별도로 경복궁에 설치된 사당으로, 문소전 악장에는 환환곡, 미미곡, 유황곡, 유천곡, 정동방곡 등이 있는데 정동방곡은 정도전이 서경별곡을 따서 지었고 유황곡, 유천곡의 곡조는 고려 황제 찬가인 풍입송에서 따온 것이다.
아울러 고려 때부터 궁중에서 연주된 다양한 곡들이 있었다. 경국대전에는 악공 시험에서 연주해야 하는 곡들이 나열돼 있는데 그 가운데 세종 임금이 작곡한 노래뿐만 아니라 고려 때부터 연주돼 왔던 곡들이 포함된다. 보허자, 수룡음, 정동방곡, 납씨가, 절화삼대, 청평락, 헌천수, 중선회, 자하동, 한림별곡, 북전가, 정읍, 정과정곡, 유림가, 횡살문, 성수무강 등이며 보허자, 수룡음, 자하동은 이 책에도 소개된다.
◇ 세종 임금의 음악은 아악인가
세종 임금은 아악으로 조상을 모시고 싶어 하지 않아 우리나라 음악으로, 속악으로 보태평, 정대업, 발상 등의 춤곡을 만들었다. 외국 음악으로 조상을 기리는 것을 마뜩잖아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세종 임금이 작곡한 곡에는 고려가요의 곡조가 많이 차용되고 있으며 이에 한자 가사에 맞추어 곡을 편곡한 정황이 나타난다.
◇ 속악과 아악의 차이
속악에서는 음의 길이가 있지만 아악에서는 음의 길이가 모두 같다. 문묘제례악을 감상하다 보면 한 음의 길이가 비교적 길어 엄숙하고 장중한 느낌이 들게 하지만 동시에 음악성은 낮은 듯하고 지루한 느낌이 들게 한다. 이를테면 종묘악장에서는 가사는 다르지만 같은 곡조 11번을 듣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빠를 것이다. 속악이라는 표현 때문에 속악이 아악보다 못할 것이라는 인상을 주지만 사실은 반대다.
◇ 현재의 종묘제례악은 세종시대의 음악인가
세조는 아버지 세종 임금의 보태평 11곡을 줄임 버전으로 편곡하고 그 앞에 영신희문, 전폐희문, 진찬 풍안지곡을 더해 종묘제례악의 전반부 음악으로 삼았고 정대업 15곡을 줄임 버전의 11곡으로 편곡하고 그 뒤에 철변두 옹안지악과 송신 흥안지악을 붙여 종묘제례악의 후반부로 삼았다. 전반부 동안에는 임금이 주도하는 초헌 의식이 이루어지고 후반부에는 세자의 아헌과 영의정의 종헌 의식이 이루어진다. 전반부는 종묘 섬돌 위에서 연주하고(등가), 후반부는 섬돌 아래에서 연주한다(헌가).
영조 때 대악후보와 고종 때 속악원보의 종묘제례악은 세조 때 종묘제례악 가운데 정대업은 3 키 높게(이를테면 라를 도로) 조옮김했고 그 나머지 곡은 5 키 높게(이를테면 솔을 도로) 조옮김 한 것을 기본으로 삼고 있다.
◇ 종묘제례악이 위기를 맞은 시기
임진왜란으로 궁중 문헌들이 많이 소실되고 연희자들도 뿔뿔이 흩어져 종묘제례 등의 행사에 차질이 빚어지게 되자 광해군은 성종 때 발간한 악학궤범을 다시 발간하기도 했다. 두 번째로 근대에 들어 일제 침략으로 위기를 맞았다. 이전의 문헌이 연희자들에게 전해지지 않자 조선총독부에 설치된 이왕직 악부 소속 옛 장악원 음악가들은 이를 복원하려고 매우 노력해 현재 우리가 보고 있는 종묘제례악의 명맥을 이을 수 있게 됐다고도 한다.
◇ 일제강점기의 이왕직 악보와 이전의 악보의 차이
이왕직 악보의 종묘제례악은 20칸 악보에 적힌 종묘악장과 5선보로 필사된 보태화지악이 있다. 종묘악장은 앞선 시기 악보와 비교할 때 매우 복잡한 양상을 보여주며 노래를 부르는 사람에게 맞춰져 있다. 후자는 조선 후기의 버전과 비교할 때 음높이는 같으나 음길이가 매우 다르고 악보 한 마디의 길이가 곳에 따라 다를 때가 많아 박자를 설정하기 어렵게 돼 있다. 앞선 시기의 정간보 악보와 적잖은 차이가 있다. 현재의 종묘제례악이 이왕직 악보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하지만, 반드시 그렇다고도 할 수 없다.
◇ 세종시대의 음악은 어떻게 기록돼 있나
세종시대 정간보는 세로 32칸에 율명의 박자를 고려해 적는다. 빼곡히 적힌 악보를 처음 대하면 어찌 읽어야 할지 엄두가 나지 않을 것이다. 음높이는 알지만 어떤 길이로 읽어야 하는지 접근하기 어렵다. 해답은 16칸으로 된 세조실록의 5음 약보(略譜)에 있다. 5음 약보는 한 줄이 16칸으로 돼있고 다시 굵은 경계선이 그려져 있는데 3칸-2칸-3칸-3칸-2칸-3칸으로 나뉘어 있어 장구 장단을 바탕으로 음의 길이를 어찌 배당하는지 정의된다. 12/8박자 곡은 한 줄이 한 마디에 해당하고 4/4 박자 곡의 경우 2줄이 한 마디에 해당한다. 세종실록 악보의 정간보에 세조의 5음 약보에서처럼 굵은 줄(대정간)을 그리는 작업과 못갖춘마디가 있는지 확인한 뒤 5선보로 옮기면 된다. 세종실록의 정간보에 대해 알기 힘들었던 까닭은 이러한 준비 작업이 없이는 접근하기 힘들기 때문이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세조의 5음 약보는 (솔-라)-도-레-미-솔-라-(도-레-미)를 기본으로 해 평조는 솔(林, 치음)을 으뜸음(宮)으로 해 하나 아래, 둘 아래, 셋 아래, 또는 하나 위, 둘 위 등으로 표기돼 있는데 각각은 미, 레, 도와 라, 도 등에 해당한다. 계면조는 라(南, 우음)를 으뜸음(宮)으로 한다.
◇ 세종시대 음악은 ‘도레미솔라’로 돼 있을까
세종시대의 음악은 12개의 율명을 사용했다. 이 체계에서 ‘협종’이라는 음은 미♭, ‘유빈’은 파#, ‘이척’은 솔#, ‘무역’은 시♭, ‘응종’은 시에 해당하며 세종 임금이 지은 여러 악보에 자주 등장한다.
◇ 세종시대 음악의 음악성은 어떠할까
아악과 속악은 악기 편성부터 다르다. 어떤 악기로 곡을 연주하는가에 따라 장르가 구분되기도 하는 모양이다. 그러나 실제 악보에는 음높이, 음길이, 마디, 장구 장단과 박, 가사가 전부이다. 가사를 빼고 곡조와 장구 장단이 중요한 음악 요소라고 할 수 있는데 이를 작곡 프로그램에 입력해 첼로 버전으로 연주하면 서양 음악에 진배없는 훌륭한 음악들일 때가 적지 않다.
국악이기에 국악기로 연주해야 한다는 생각을 잠시 미뤄두면 세종시대 음악은 현대 음악으로도 손색이 없다. 어느 오케스트라나 현악 중주단이 이들 음악을 편곡해 연주한다다면 최고의 감동을 선사할 수 있다.
◇ 책에 비슷한 악보가 많은 까닭
책은 세종시대 음악이 그 뒤 어찌 변화했는지 보여주기 위해 악보를 나란히 배열했다. 특히 종묘제례악은 세조 때나 영조 때, 고종 때 곡조는 같고 조옮김 된 양상임을 보여주려 했으며 세세하게는 특이한 경우 음길이의 해석이 시대에 따라 다르고 때에 따라 전체 곡의 길이는 같으나 그 안에서 일부 음길이가 변화되는 때도 있어 이를 보여주려 했다. 아울러 이왕직 악보를 소개하며 음악 문헌이 전해지지 않은 연희자들이 자신들이 입으로 하는 음악을 어찌 지키려 했는지 하는 노력을 보여주려 했다.
한편 저자 최범영 박사는 출간 향후 계획에 대해 “지방은 도시와 달리 문화행사가 한정돼 있다”며, “오는 6월 15일 오후, 옥천의 지역창작문화 공간인 둠벙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어 지역민과 함께 세종시대 음악을 감상할 계획이다. 그 뒤 그간 지속해온 ‘거란어 사전’을 마무리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나무바야 소개
나무바야 출판사는 1인 연구소인 담산연구소가 생산하는 지질학, 지진학, 언어학, 전통음악, 역사학 등의 연구 결과를 출간하는 독립 출판사다. 2022년에 ‘고려가요의 악보와 해설’, 2023년에는 ‘여진어 사전’, ‘거란어 시가와 거란 글자’, ‘고려의 언어와 지리’ 등을 출판했다.
연락처 나무바야
최범영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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